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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종 법우스님께

후박나무 (허정) 2024. 8. 18. 09:29

태고종 법우스님께 

 

'장자(長子)종단이라는 오해'라는 저희 글에 진지한 댓글을 적어 주신 것에 감사합니다. 태고종소속 스님으로서는 당연히 불쾌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가 쓴 글의 의도에 맞지 않는 다른 각도의 댓글이어서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저의 글은 율장에서 말하는 승가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그 비유를 태고종으로 든 것 입니다.율장에 의하면 결혼제도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태고종은 승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스님처럼 태고종에 속해 있으면서도 떳떳하게 '비구 법우' 자신을 소개 할 수 있는 분들은 비구로서 인정해드립니다. 이것은 제가 인정해 드리는 것이 아니고 율장에 근거해서 부처님이 그렇게 하시는 겁니다. 스님도 아시는 일이지만 1962년 결혼한 스님들과 독신 스님들이 통합종단을 만들 때, 어떻게든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 미래지향적으로 살아가자고 하는 정신에서 통합종단의 종헌을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조계종 종헌에서는 그 문장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종헌 제 9 조 승려는 구족계와 보살계를 수지하고 수도 또는 교화에 전력하는 출가 독신자라야 한다.

다만, 대처승(통합종단 출범출시 귀의한 자에 한한다)의 기득권을 인정하되 다음 각호에

해당하는 자는 정상적인 승려로 인정하며 기타는 그 자격에 따라 포교사 및 주지서리에 등

용할 수 있다.

. 실질적으로 사찰에 독신(단신) 상주하며 수도와 교화에 전력하는 자

. 가족 부양의 책임을 가지지 아니할 자

. 범속인과 같은 일상생활을 하지 아니할 자

 

 결혼해서 살아야 했던 지난 시간의 과오를 문제 삼지 않고 앞으로 사찰에 독신으로 거주하고 속인과 같은 생활을 아니할 자는 정식승려로 인정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아니할 자'라는 표현은 과거는 묻어두고 오로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 가느냐에 따라서 비구승으로 인정하겠다는 말입니다. 매우 포용적이고 파격적인 태도입니다.그런데 이렇게 포용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1970년 결혼한 스님들은 따로 독립하여 종단을 차립니다. 그것이 한국불교 태고종입니다. 제가 문제제기한 것은 스님이 말한 "계율경시의 경향은 어느 특정 종단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한국불교계 전반에 나타나는 현상"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이 아닙니다. 종단의 공식적인 노선, 미래지향적인 자세를 말하고자 했습니다. 

 

예전 일제 식민지의 영향이나 혼란에서 결혼을 할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 있었다면 지금이라도 개선하면 될 일입니다. 통합종단 때에도 기회가 주어졌듯이 지금이라도 종단내에서 다시 그런 기회를 만들면 됩니다. 그렇게 되면 태고종은 승가가 아니다라는 말을 듣지 않게 됩니다. 지금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음에도 좋치 않은 전통을 고수하면서 마치 자신들의 행위가 더 진보적이고 자비로운냥  선전하는 것은 정말 봐주기 어렵습니다. 어떻게 지금같이 국민수준이 높아진 시대에 살면서 "태고종은 자기 수행만을 위주로 하는 은둔적이고 폐쇄적인 소승적 태도를 지양하고 사회속에 뛰어들어 직접 중생들과 고통을 나누는 종단"이라고 포장을 할 수 있습니까? 그런 거짓 선전에 속아 넘어가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스님같은 젊은 스님들이 나서서 그런 것들을 바로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공공연하게 승려의 결혼제도를 인정하고 승려의 사유재산을 인정하면서 어떻게 사자상승을 말합니까? 스님이 이야기하는 직계는 무엇이고 법맥은 어떤 것입니까?

 

직계와 법맥을 중시한다면 태고종 내에서도 독신비구들이 하는 일과 결혼한 스님들이 할 일을 따로 정해야한다고 봅니다. 품계도 차등화하고 호칭도 차별화해서 결혼한 스님들은 법사로 불러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승가를 되살려야 한다고 봅니다. 저의 글을 갈라치기로 몰아갈 것이 아니라 잘못된 일은 잘못된 일이라고 인정하고, 고칠일은 고치는 자세를 보여주시는 것이 부처님 제자다운 태도가 아닐까요? 댓글 달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젠가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차담을 나누면 좋겠습니다. 

 

 

 

법우스님의 답글

허정스님께
제게 긴 글을 주시니 감사드리며 짧게라도 답글을 드려야 예의일것 같아서 몇자 적습니다.
소승이 스님의 글을 보면서 폭력성을 느끼는 것은 스님의 잣대를 일방적으로 저나 우리종단, 타종단에 적용시키시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율장과 종헌종법과의 괴리, 소속승려들의 범계 등의 문제가 있다면 각자의 종단이 알아서 할 문제가 아닐까합니다. 더욱이 요청도 없는데 타종단 소속 스님이 이래라 저래라 끼어든다면 괜한 싸움의 빌미 밖에 더 되겠습니까?
또 지키지도 못할 내용들을 율장에 맞추어 그럴듯하게 종헌종법으로 정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세상의 조롱거리 밖에 더 되겠습니까?
고백하자면 소승도 율장을 근거로 스님이 소속되신 종단이나 범계스님들을 문제로 삼고 싶은 유혹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익한 저질 비방질에 그칠 것임을 알기에 그리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건에 댓글은 무의미 한것 같아 이쯤할까합니다. 보름달처럼 늘 넉넉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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