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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는 혼자 주체가 되려는 자들의 마지막 욕망이다?

후박나무 (허정) 2024. 6. 9. 07:06

 

역지사지는 혼자 주체가 되려는 자들의 마지막 욕망이다. 라는 말은 오해의 여지가 있다. 나는 이제까지 역지사지(易地思之)는 이타심(利他心)의 근원이라고 이해하여 왔다. 왜 다른 생명을 죽여서는 안 되는가? 왜 나 아닌 다른 생명을 사랑해야 하는가? 라는 의문이 들 때 겨우 그 이유를 말할 수 있는 것이 역지사지다. 내가 나의 욕망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 내가 죽고 싶지 않고 괴롭고 싶지 않은 것에서 출발하여 다른 생명에게도 나와 같은 욕망을 발견하게될 때 차마, 그 생명들을 해치거나 죽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생겨난다. 이것을 부처님은 법구경 129번 게송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모든 생명은 폭력을 두려워하고 죽음을 두려워한다.

이 이치를 자신에 견주어 남을 죽이거나 때리지 말라

Sabbe tasanti daṇḍassa, sabbe bhāyanti maccuno;

Attānaṃ upamaṃ katvā, na haneyya na ghātaye.

 

내가 너무 소중하기에, 너무 사랑스럽기에, 죽고 싶지 않은 마음이 다른 이에게도 똑같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면 그도 나처럼 소중하게 생각된다. 그는 더 이상 타인이 아니라 또 다른 내가 된다. 그런데 박구용 교수가 소개한  ‘역지사지’는 혼자 주체가 되려는 자들의 마지막 욕망이다.라는 표현은 역지사지를 더 깊은 이기심의 발로라고 말한다. 역지사지 함으로써 결국에는 자신의 입장을 반복하고 자신의 욕망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예를 들면 아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고 말하고서는 다음 날 자기의 입장을 반복하는 엄마의 모습이다.

 

이러한 역지사지에 대한 이해는 법구경에서 말하는 역지사지와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자신의 욕망이 타인의 욕망을 이긴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두 사람이 감옥에 갇혀서 오직 한 사람만이 살 수 있는 조건이 주어졌을 때, 인간은 대개가 자신이 살아남겠다는 마음을 갖게된다. 인간의 역사에는 역지사지를 아무리 해도 이타심보다는 이기심을 강화하는 결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역지사지해서 나타나는 두가지 결과는 역지사지의 순수성, 역지사지하는 깊이에서 나타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짐승같은 본능적인 차원에서 역지사지는 그래도 이타심의 근거가 된다. 사랑을 이야기하고,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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