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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짝 운전수
후박나무 (허정)
2024. 5. 29. 12:14
손님을 기다리다 잠이 들다
집에서 아내와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나는 어둠이 내려도 모른체 잠이 들었다
흐릿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만 하던
나에게도 잠은 필요하다
오늘도 손님을 만날 기미가 없으니
잠이라도 자 두자
베짝에는 두 다리 뻗기도 힘들지만
어떻게 어떻게 포즈를 취했다
이렇게 잠 든 모습이 나그네에게 찍혀서
그 사진이 널리 퍼지는 줄도 모르고
어떻게든 살아 있는 것들은 살아지리니
지금은 잠시 잠들어야 할때
잠속에서는 나는 베짝 운전수가 아니다
거기서 나는 내가 아니다
나는 잠을 자느라 너희들의 눈을 보지는 못하리니
너희들은 잠든 나를 실컷 보거라
내가 길에서 잠든 모습
베짝에서 힘겹게 잠든 모습
힘든 너희들에게 위안이라도 되면
나는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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