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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의 숲에서
후박나무 (허정)
2022. 10. 31. 21:42
기쁨의 숲에서
공양이 끝나면
둥지를 찾아가는 새처럼
스님네가 다각실에 모여드네
작설차 보이차 작두콩차
팽주가 우려낸 찻잔을 들고
참나무 서어나무를 닮은 그들은
어제와 오늘을 이야기하지
웅숭하니 차맛이 깊네요
차에서 가을 냄새가 납니다
팽주에게 한마디씩
차맛을 칭찬하는 말을 건네면
한 바탕 피어나는 웃음꽃
입안에 남아있는 차향을 품고
방으로 산으로 흩어지네
암자의 백호능선을 따라
소나무숲으로 들어가는 오솔길
우리만 아는 기쁨의 숲
감각적욕망을 내려놓은 그들의 모습은
향기로운 굴참나무를 닮았고
가난을 즐기는 맑은 얼굴은
구절초 꽃을 닮았네
가을 날의 오솔길
울긋불긋 눈앞이 환하고
구부러진 고요한 길
하늘 하늘 기쁨이 솟아나네
만족을 아는 저 스님네
향기로운 나무처럼 당당하고
수줍은 꽃처럼 흔들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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