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 설문조사

희망을 말하는 입술(2022년 1월19일~20일)

후박나무 (허정) 2022. 10. 12. 12:44

 

 

희망을 말하는 입술

 

조계종단에 희망을 접고 한숨 쉬는 도반들이나, 스님이 그렇게 글을 쓴다고해서 종단은 변하지 않는다는 충고를 해 주는 선배스님이나, 몸조심 하라고 염려해주는 후배스님에게 내가 몇번인가 했던 말을 적는다.

조계종은 희망이 없다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나는 묻는다. 조계종은 희망이 없는데 그대에게는 희망이 있을까?

종단이 썪어서 버려야 한다면 그렇게 버려지는 종단에 그대는 없는가?

 

출가한지 이십년 삼십년된 이들이 구경꾼으로 살아가면서 무책임한 말을 내뱉고 있다.나는 말한다.지금 종단이 이렇게된 이유는 언제나 구경꾼으로 살아온,입으로는 지혜와 자비를 말하면서 항상 자신의 이익과 안일만을 챙겨온 당신 때문이다.

연기의 법칙은, 관계성의 법칙은 부처님의 입술과 경전에만 있는게 아니다. 지금 여기 숨쉬는 이 순간, 세상과 나와의 관계가 온전해야 숨 한번 제대로 쉬는 것인데...제대로 "내탓이요!"라고 성찰할 줄 모른다.

 

나는 그대들이 버려야 한다는 조계종의 희망을 말한다.말할 것이다.

종단은 그 자체로 '사부대중공동체'이면서 '현전승가'이다.

부처님 법을 아는 사람이라면 '사부대중공동체'를 버리자는 말이고 '승가'를 버리자는 말을 할 수가 없다.그것은 내가 나를 버리자는 말이다.

자살하겠다는 말이다.

 

사람들 마다 생각하는 대안과 제안이 있겠으나 내가 승려들에게 말하는 희망의 조건은 4가지다.

첫째. 국제정세와 사회현상과 불교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판단하자. 그러기 위해서는 참선수행만 해서는 안된다. 독서도 하고 토론도 해서 편협한 시각을 벗어나야 한다. 현재는 각기 다른 불교관과 입장때문에 종단문제에 대한 파악과 진단부터 어긋나고 있다.

 

둘째. 자기의 생각을 정리하고 간추려서 A4용지 3~5장 정도의 종이에 옮기자. 말은 누구나 하지만 글을 쓰는 능력은 훈련이 필요하다. 편안하게 침묵하는 능력, 조리있게 말하는 능력, 논리적인 글쓰기 능력이 부족한 것이 지금 종단이 망해가는 이유다.

 

셋째. 자신의 글을 써놓고도 감히 발표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종단으로부터 징계가 두려워서, 자신의 글에 자신감이 없어서, 또는 은사 사형 도반들이 말리고 걱정해서 글을 발표하지 못한다. 교계신문에서 실어주지 않으면 자신의 SNS계정에 발표 하면된다. 의미있고 어리석음을 깨우쳐주는 용기있는 글이면 발이 없어도 천리를 가기 마련이다.

 

넷째. 글을 발표하더라도 아무런 호응이 없거나, 외부로부터 압력이나 위협이 가해지거나, 악의적인 댓글에 충격을 받아서 글쓰기를 중단하는 경우가 있다. 세상이 글 하나에 바뀌지 않는다. 용기를 낸 만치, 한 발자국 나아간 만치 변화한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혼자 일수가 없다. 오래도록 글을 쓰려면 글쓰기가 수행이면서, 생활이면서, 농담이어야 한다.

 

이상 네 가지를 갖추어 글쓰는 사람이 나타나면 즉시 희망이 된다. 글로서 자기의 불교관과 사회관을 밝히는 사람이 네 명정도만 있어도 종단은 변화한다.

네 사람은 승가를 구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인원이다. 나는 네명이 없어서 종단이 망하고 있다고본다. 승가에서 네 명, 재가에서 네 명이면 더욱 좋다. 글은 시간을 초월하여 백년 천년을 통과한다. 글은 바람처럼 허공을 헤메다가 누군가의 가슴으로 스며든다.

공심으로 살지 못하고 늘 무사 안일한 길만 찾는 이들은 유명해지고 감투가 높아질수록 초라해질 것이다. 자신을 속이며 사는 길은 없기때문이다.설사 자신을 속여도 대중을 속일수는 없기 때문이다.

공심으로 글쓰는 사람 네 명만 있다면,

종단에 희망이 없다고 말하지 말자. 종단을 포기하자는 것은 나를 포기하자는 말이다. "종단이 더 망하게 둬...." "더 망해야 돼..."라고 말하는 사람은 지금 자신을 구렁텅이에 밀어 떨어뜨리고 있다. 세상의 이치를 알지 못하는 눈 먼 자들이 지금 그렇게 큰 소리 치고 있다.

 

 

아무도 누구도 비판적인 글을 쓰는 사람을 보호해 주지 않는다고? 우리가 애초에 누가 나를 보호해 주는 조건으로 출가 했나라고 묻고싶다. 그러나 걱정 마시라. 징계당해도 대한민국 헌법이 보호해 준다. 징계 당한 영담스님도 도정스님도 진우스님도 승소하여 복권되었다. 해고당한 조계종노조 종무원들도 승소하여 복권되었다.

지금은 헌법을 무시하고 종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시대다. 올해 2월에 전국승려대회 하루전에 전국 승려들에게 설문조사를 하여 63%가 승려대회 개최를 반대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대중공의를 확인하는데는 불과 몇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대중공의를 무시하고 개최한 승려대회는 그 의미를 잃었다.

그 누구도 대중공의를 무시할 수 없다. 그동안 권승들은 대중공의를 모으지 않으려고 갖은 노력해왔지만 이제 현대문명 기기를 사용하여 혼자서라도 언제든 대중공의를 물을 수 있다.

 

종단과 승가의 희망을 만드는 데는 많은 사람이 필요하지 않다. 네 명이면 된다. 네 명이 안되면 세 명, 세명이 안되면 두 명 이어도 된다. 혼자서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혹시나 하는 마음이며, 승려들에게 용기를 전하기 위해서다. 국민들이나 재가불자들이 승가(僧伽)의 문제를 지적하고 나서면 간섭이라 말하며 반발하겠지만, 출가자인 내가 나서서 지적하면 자정(自淨)의 노력이 되기 때문이다. 종단이 대중공의를 바탕으로 민주적으로 운영되면 그만큼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고, 그 혜택은 지치고 힘든 약자(弱者)들에게 돌아간다. 대한불교조계종은 단순히 하나의 종파가 아니라 우리의 역사이고 온 국민이 누려야 할 자산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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