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박나무 (허정) 2021. 3. 28. 15:20

 

오늘은

 

점심을 안 먹었다.

그래도 배고프지 않은게 저녁은 먹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서 일거다.

저녁은 먹고 말겠다는 결의가 있어서다

나는 희망에 기대어 있다

 

제 때에 밥 챙겨먹는게 건강을 유지 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걱정하는 이도 있을런가

제 때에 먹는 거보다 배고플 때 먹는게 더 좋은게 아닐까

어제 지리산 쌍계사 고산스님 다비식 참석하느라

먼 길 다녀와서 피곤하기도 해서 밥맛도 없다

그러고 보니 아침도 안 먹었다.

신기한 게 아침 안먹었다는 게 지금 생각난다.

생각이 나기전까지는 몰랐다.

생각이 나기전 까지는 배고프지 않았다

 

벚꽃속에서 이슬비 속에서 다비식은 거행되었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해 본 적도 없는 스님인데

그 먼 길을 다녀온 것도 신기하고

스님 가시는 길에 슬픔이 하나도 없다는 것도 신기하다

말 이전에 스님이 살아내신 덕향이 내게도 전해져서 일 것이다.

부지런한 사람은 인생이 어렵지 않다

쉬운 말씀 그러나 깊은 말씀 하나로 스님의 진면목이 보인다.

다비식 동영상을 다시 바라보면 아름답기 그지 없다.

 

다비장에서 도시락을 까먹다가 만난 스님으로부터

예전에 같은 절에서 살던 도반스님의 소식을 들었다

어찌하다가 눈이 멀게 되었다고...

아직은 젊은 스님인데 눈이 멀어버렸다니

, 앞으로 다가오는 어둠의 시간을 어찌 지나갈꼬

오늘 아침 오랜만에 전화통화를 하였더니 목소리가 건강하다.

4년 전쯤의 일이라 슬픔과 불안도 잦아진 듯

 

도반스님 소식을 들음으로 하여 나의 불안과 배고픔은

잠시 잠시 잦아든다.

불행보다 더 큰 불행은 불행을 불행이 아니듯

이만하면 다행이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오늘은

배고픔 속에서 나무불, 나무법, 나무승

오늘은

아무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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