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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인들의 쿠데타 반대 시위에 참가하고 나서 느낀 점
후박나무 (허정)
2021. 3. 3. 10:52
미얀마인들의 쿠데타 반대 시위에 참가하고 나서 느낀 점
저는 지난 24일부터 28일까지 서울에서 벌어지는 미얀마 쿠데타 반대 집회에 다녀왔습니다. 마음으로만 응원할게 아니라 직접가서 그들과 연대의식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들과 며칠 시위에 동참해보니 그들의 열악한 사정을 알게 되었습니다. 유학생도 있지만 대부분 취업비자로 한국에 온 이들입니다.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에서 일주일에 4일이란 시간을 내는 것이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휴일인 일요일에는 미얀마 청년들이 특히 많이 찾아옵니다. 한국말이 서툴러서 자신들의 분노를 그저 “군인들 나빠요”라고만 표현 합니다. 예전에 신문기사에서 악덕업주에게 월급을 받지 못한 외국인 노동자가 “사장님 나빠요!”라고 했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그들이 분노를 표현하는 최고의 말이 ‘나빠요’입니다.
시위를 이끌고 있는 이는 부평에서 주한 미얀마 노동자복지센터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소모뚜’씨와 ‘미얀마100배 즐기기’라는 여행가이드북을 쓴 한국인 정범래씨입니다. 소모뚜는 부평에서 미얀마인과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소모뚜가 전하는 이야기는 현재 미얀마 시위를 지휘하고 있는 사람들은 1988년 학생시위를 했었던 이들이라고 합니다. 그들은 그 당시에 투옥되어서 고문을 받아 병이 걸리기도 했지만 그후로 몇몇은 꾸준히 시민운동을 해오고 있다가 이번에 다시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살아온 세월만큼 시민들의 존경을 받는 시민운동가들입니다. 2010년 권력이 민간에 이양된 이후 미얀마 국민들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맛을 보았기에 군부 쿠데타가 그 민중의 소중한 경험을 되돌릴 수는 없다고 합니다. 이번에 군부 쿠데타가 종식되면 미얀마는 다시는 쿠데타가 불가능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쿠데타를 일으킨 사령관 ‘밍 아웅 흘라인’은 자신의 임기가 다 되어 퇴임을 앞두고 있었는데 군인은 퇴임하게 되면 권력을 잃습니다. 그래서 권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지금의 대통령에게 자기를 대통령에 지명해 달라고 요구했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라고 합니다. 내가 아는 유명한 미얀마 스님을 언급하며 그분이 이번 기회에 어떤 처신을 하였는가를 물었습니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군부에 협력하는 스님이라고 말합니다. 이번에 군부에 협력하는 큰스님들은 민주화가 끝나면 국민들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쿠데타로 매일매일 무고한 사람이 죽어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금이 오히려 미얀마사회 각계각층에서 그동안 몰랐던 적군과 아군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시기라고 합니다. 한국말을 잘하는 미얀마 젊은 이는 저희 나라를 위해서 같이 시위에 동참해주어서 고맙다며 민주화가 되어 미얀마에 오시면 자신이 미얀마 안내를 해주겠다고 합니다. 가난한 나라에서 돈을 벌기위해 한국에 온 그들은 정신적 물질적인 여유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 와중에 일주일에 4번 시위를 한다는 것이 벅차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자신감이 있고 꼭 이긴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혹 서울에 가게 되면 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한 말씀을 해주시거나 음료수라도 건네주시길 바랍니다. 그들이 시위하는 시간은 금요일 토요일에는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오전 11시~오후 2시까지 시위를 하고, 일요일 월요일에는 옥수동 미얀마대사관 무관에서 시위를 합니다. 중국대사관에서 시위하는 이유는 중국이 미얀마 군부를 지원하고 있다는 증거들이 발견되었기 때문이고, 미얀마 대사관은 한남동에 있는데 옥수동 무관에서 시위를 하는 이유는 미얀마 대사관은 민주화를 원하는 사람들이고 미얀마 무관은 미얀마 군인들이 머무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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