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선원 안거에 실망하다 -불교닷컴 설문조사(2019년 11월7일)
천막선원 안거에 실망하다
나는 작년 9월 28일에 ’천막선원 안거에 바란다‘라는 글을 써서 불교포커스에 기고한 적이 있다. 상월선원 동안거에 대한 염려와 기대를 가지고 쓴 글인데 3달이 지나서 이제는 ’천막선원 안거에 실망하다‘라는 글을 쓰게 되었다. 글을 다시 쓰게된 결정적인 계기는 ‘불교 지성들, 상월선원 결사 의미 조명하다’라는 기사를 보고 나서다.
불교계 언론들은 상월선원 안거가 보조지눌의 정혜결사와 성철스님의 봉암사결사를 잇는 중대한 결사라며 상월선원 특집코너를 만들어 연일 보도하고 작년 불교계 10대뉴스 상위권에 상월선원안거를 선정하였다. 이들 기사만 보면 상월선원 안거대중은 한국불교를 살리기 위해 나타난 보살들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결사란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운동이고 ‘승가공동체 회복’운동이다. 나 보다는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는 공심(公心)에서 결사의 정신이 발현된다. 상월선원 안거를 결사라고 부를 수 있을까? 봉암사결사와 천막법당결사를 결사의 주체, 내용, 방법, 목적등으로 비교해보면 답이 쉽게 나온다.
결사의 주체는 누구인가? 상월선원 안거를 이끄는 자승스님과 봉암사결사를 이끈 성철스님을 비교해보라. 2011년에 당시 총무원장이었던 자승스님은 수행, 문화, 생명, 나눔, 평화로 나누어 소위 ‘자성과 쇄신을 위한 5대 결사’를 진행했었다. 그 때에도 사부대중과 국민들의 진정한 신뢰를 얻기 위해 환골탈태를 다짐했지만 지금 상월선원 안거를 결사라고 선전하는 이들 조차 이 결사를 거론하지 않는 걸 보면 그 결사 때문에 불교가 더 중흥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하다. 그런 결사를 통해서 종권을 강화하고 세력을 키워왔을 뿐이기에 상월선원에서 새로운 결사를 시작한다 하여도 대중들은 신뢰하지 않는 것이다.
자승스님은 8년간 총무원장을 하며 각종 선거에 개입하고, 적광스님을 폭행하여 지금도 정신병원에서 치료받게 만들고, 81%나 되는 직선제 열망을 무산시키고, 범계를 저질러도 자기편이면 징계하지 않고, 비판하는 스님들을 징계하는등 종헌종법을 무너뜨려 종도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다. 얼마전에 입적하신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선승 적명스님은 "자승 총무원장이 가장 잘못한 것은 종회의 기능과 총무원 기능을 둘 다 마비시켰다. 종회 전체와 총무원이 한 덩어리로 묶여서 총체적 부패를 저지르고 있다.”고 날카롭게 비판한 바 있다.
결사의 내용은 어떤가? 1947년 봉암사 결사는 불조의 가르침과 계율을 배우고, 보름마다 포살하고, 탁발하여 살고, 오후불식하며, 소작인의 세금을 거두는 짓을 하지 않고, 정해진 시간 이외에 눕지 않는다는 획기적인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일생동안 소욕지족하며 청빈하게 살면서 청정하고 화합하는 승가공동체를 회복하자는 운동이었다.
그런데 상월선원은 한 철동안 목욕 안하기, 삭발 안하기, 묵언하기등 율과 경에도 맞지 않는 규칙을 정했다. 언론은 그것이 발심수행자의 참된 수행인 것처럼 거룩하게 포장해주고 있지만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운동도 아니고 ‘승가공동체 회복’도 못되기에 한 바탕 이벤트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봉암사결사에서 소작인의 세금으로 살지 않겠다라는 다짐은 지금 각종 체험료와 입장료와 임대료 수입으로 살아가는 조계종이 깊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전 교육원장 현응스님은 2014년 한 세미나에서 "공찰이 사유화, 문중화 되어 공찰의 재정이 전체 승가의 의식주 등 후생복지와 전법교화에 지원되지 못하고 있다."며 "사회 같으면 폭동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경고 한바 있다. 이런문제를 고민하는 결사를 한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결사의 방법은 어떤가? 봉암사 결사 참여자들은 언론에 그들의 결사를 알리지도 않고 신도들을 찾아오라거나 외호를 요청하지도 않고 농사짓고 탁발하는 진솔하고 소박한 결사였다. 부처님법 만을 따르겠다는 단순함이 봉암사 결사의 힘이었다. 육이오 전쟁으로 2년 반만에 끝났지만 지금도 봉암사 결사가 현재 종단의 근간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것은 그 들이 추구했던 결사의 방향과 방법이 옳았기 때문이다. 상월선원은 안거를 시작하기 전부터 제적원을 제출하는 기사가 나오고 종정스님께 법어와 휘호를 받고 성대하게 천막선원 현판 제막식을 하는등 과도하게 언론에 노출시켰다. “내 몸은 말라버려도 좋다. 가죽과 뼈와 살이 녹아버려도 좋다. 어느 세상에서도 얻기 어려운 저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이 자리에서 죽어도 결코 일어서지 않으리라. 저희의 맹세가 헛되지 않다면, 이곳이 한국의 붓다가야가 될 것이다”라는 결연한 맹세를 하였지만 한 편으로는 이들이 무문관에 들어갈 때 효자손과 참빗을 가져갔다는 소리를 듣고는 헛 웃음이 나왔다. 네란자라 고행림으로 들어가는 결연한 싯타르타의 손에 효자손과 참빗이 들려 있다고 생각해보라.
안거가 시작되자 다라니기도를 하고 매주음악회를 하고 법회를 여는등 매일 시끌벅적하다. 물론 수행자가 고요한 곳에서 정진을 하여 힘을 얻은 다음에는 시장바닥에 나가서 공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치만 공부의 힘을 얻지도 못한 사람들이 일부러 선방옆에 시장바닥에 만들어 놓고 공부하는 것은 매우 특이한 것이다.
이렇게 요란스럽게 안거를 하는 것에 대한 비난이 일자 몇몇 학자와 교수들이 나서서 이 상황을 변명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동국대 황순일 교수는 선방앞에서 음악회등 야단법석을 떤다는 비판에 대하여 “이것은 일종의 ‘프레임 시프트(frame shift)’로서 아란니까 숲속불교전통의 현대적·도시적 전환”이라 옹호했다. 도시로 나오기는 했지만 다시 아무도 못 들어오게 천막의 문을 잠그고 앉아있는 것이 과연 도시로 나온 것인가? ‘명상(Meditation)과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를 결합한 ‘메디테인먼트(Meditainment)’라는 주장도 펼친다. 스님들은 문 잠그고 앉아있고 재가자들은 옆에서 노래하고 기도하는 것이 과연 명상과 오락의 결합인가? 이 쯤되면 많이 아는 것이 병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다시 ‘초기경전 그 어디에도 스님들의 수행을 위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침묵해야한다는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대념처경에서 부처님이 숲 속에 가거나 나무 아래에 가거나 빈방에 가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은 허언이 될 것이다. 춤추고 노래하는 곳에 가지 말라는 율도, 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면 거룩한 침묵을 지키라는 가르침도 거짓이 될 것이다. 산문을 막고 1년에 한번만 개방하는 봉암사는 아주 잘못된 수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산사의 선원들도 선방옆에서 음악회도하고 다라니기도도 하고 크리스마스트리도 세우고 세미나도 하면서 안거를 해야 할 것이다. 이제 선방은 명상(Meditation)을 할 것이 아니라 명상과 오락을 결합하는 ‘메디테인먼트(Meditainment)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1박2일 무문관 체험을 하고 나온 BBS 기자는 침낭은 '얼음 이불' 같았고 텐트는 '냉동 창고'와 같았다고 토로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렇게 추운상황에서 명상체험이 제대로 될리가 있겠는가? 스님들이나 재가자들이나 가르침의 전달과 수행점검은 없고 율과경에 맞지 않는 청규를 만들어 지내는 것은 극기 훈련이지 탐진치를 소멸시켜 나가는 수행은 아니다. 상월선원은 바깥 온도와 2~3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렇게 춥다면 80이 넘으신 성곡스님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3개월간 명상이 가능한지 모르겠다.
살펴본 바와같이 천막선원 안거가 봉암사 결사를 잇는다는 이야기는 얼토당토 않음을 보았다. 겨우 3개월 동안하는 안거에 그리고 결사의 내용도 없는 안거에 ’결사‘라는 타이틀을 붙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천막선원안거의 목표가 도심 포교당을 세우는 것이라면 차라리 ’봉은사 포교당건립 백일기도‘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 상월선원에서 만든 청규는 불자들에게 불교의 전통수행이 무엇인지 오해하게 만든다. 그런 규칙을 지키는 수행을 미화하는 학자들의 말도안되는 주장은 불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정법을 어지럽힌다. 그래서 이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불교닷컴 기사를 보니 천막선원과 천막법당등이 무허가로 지어져서 건축법 위반 혐의로 사법기관에 고발조치당했다 한다. 또한 근처의 나무를 훼손하고 음악회등을 열어 소란을 피우는 것 때문에 주민들이 수백건의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고한다. 중생의 괴로움을 없애주기 위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포교당을 지으려 일이 도리어 중생을 괴롭히는 일이 되고 있다. “불법건축 행위와 허가도 없이 산림까지 훼손하면서 수행해서 뭘 얻으려는 것인가요?”라는 주민의 외침에 상월선원 대중들은 부끄럽지 않은 답을 해야 할 것이다. 그렇치 않으면 상월선원 안거는 각 제방에서 묵묵히 정진하는 선방스님들과 추운 새벽기도를 하는 스님들에게 까지 누를 끼치는 안거가 되고 말 것이다.
한달 동안 진행된 불교닷컴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불자들의 실제 마음이 어떤지를 알 수가 있다. 천막선원 안거에 대한 찬성과 반대를 묻는 질문에 77.4%(1019명)의 불자들이 천막선원 안거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투표했다. 찬성하는 사람은 겨우 22.6%(297명)였다. 일반 불자들도 알고 있다. 진심으로 수행을 하려 한다면 참회가 먼저라는 것을... 작년에 우리는 조국법무부 장관 사태를 겪으며 세상에 사실과 진실을 전하지 않는 신문들이 많다는 걸 알았다. 불행하게도 불교계에도 예외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