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말걸기

질문의 방식

후박나무 (허정) 2018. 11. 23. 02:28

질문의 방식

 

묻는 방법에 따라 답은 정해지게 된다. 본래 답이 있어서가 아니고 질문에 따른 답이 나오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당신은 행복합니까? 라는 질문을 받으면 대개는 행복하다 혹은 행복하지 않다는 대답을 하게된다. 질문에는 인간은 행복해야 한다는 당위와 의무가 들어있다. 행복하지 않다고 대답한다면 스스로가 잘못살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 같아 부끄러움을 느낄수도있다. 대답을 하는 당사자들은 정확하게 행복이 무엇인지 정의내려 본적도 없는 경우가 많은데도 당신은 행복합니까?라는 질문 하나로 자신이 행복과 불행의 그물에 갖히게 된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신은 행복합니까? 라는 질문 대신에 그냥 오늘 아침 드셨습니까? 오늘 기분은 어때요?라고 묻는 것이 훨씬 더 지혜롭게 느껴진다. 또는 요즘 어떤 생각을 하며 지내요? 요즘 관심분야가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은 더좋다. 하루하루 순간순간 변하는 감정을 인정해주고 어제와 다른 오늘, 오전과 다른 오후를 인정하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변덕쟁이로 살면 어떤가? 농담이 인생의 반을 차지하면 또 어떤가?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날마다 행복해야하고 그 행복을 꾸준히 지속시켜야 한다는 책무를 갖는다는 것은 불행의 초입이 아니겠는가?

 

말룽끼야뿟다가 붓다의 사후에 영혼은 존재하는가등등의 질문을 했을때 붓다는 그렇게 묻지 말라고 여러번 말했다.

그런식의 질문으로는 괴로움을 끝장낼 수 없다고 확언했다.

부처님의 양모였던 마하빠자빠띠가 부처님께 출가를 허락해달라고 울면서 간청을 했지만 3번이나 실패하였지만 지혜로운 아난다가 간청하는 대신에 질문을 하는 바람에 여성에 대한 출가의 허락을 얻었다.

붓다는 6년동안의 지독한 고행을 하고도 깨달음 가까이에도 이르지 못하자 어린시절 경험했던 삼매체험의 기억을 떠올리며 중도의 길을 모색했다.

 

당신은 행복합니까? 라는 질문은 많은 사람을 행복하지 않게 만들것이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셔요라는 주문이 코끼리를 생각하게 하듯이 신이 있습니까? 라는 물음은 당신을 영원히 신에게 떠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질문하는 방법이 우연적일지라도 당신의 인생을 지배한다. 부처님은 행복을 묻지 않고 다만 어디가 아픈가? 왜 아픈가?를 물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처님을 찾아간 제자들의 질문도 직설적이고 현실적이다. 세상은 무엇으로 덮여있습니까?

세상은 무엇 때문에 빛나지 않습니까?(학인 아지따) 이 세상에서 누가 만족합니까? 누가 동요하지 않는 자입니까?(학인 멧떼이야) 이 세상에는 갖가지 괴로움은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것입니까?(멧따구) 거센 물결을 건널 수 있도록 의지처를 가르쳐 주십시오.(우빠시와)

 

지금여기서 수행을 시작하고 지금여기를 떠나지 않는 방법, 생각이 과거의 일로 회한에 빠지고, 남들과 비교하여 열등감에 빠지고, 앞날의 불안에 두려워하지 않도록 하기위해서 '나는 언제나 고와 고의 소멸을 말한다'고 선언하셨다.

그러므로 경전을 펼치면 지금도 듣게 되리라.

"그대여 오늘은 어디가 아픈가?"하고 묻는 부처님의 목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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