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농담처럼 흘러가드라
허정
언제부터
어떤 힘이 그대를 밀어 왔냐고
고난을 당해서 빠져 나올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대의 웃음이었다고 대답하리라
바보 같은 그 미소였다고
바람소리 같은 그대의 싱거운 농담이었다고
그저 무심한 눈빛이었다고 대답하리라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는 세상
어느 마을에나 개는 짓고
눈은 나리더라
꽃은 피고지더라
길 떠난 그날 새벽
어디를 향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대에게 돌아가기 위해
그대를 떠났다고 대답하리라
때로는 가까이에 있기만 해서는 사랑할 수 없으므로
사랑이 보이지 않음으므로
눈물을 흘리며 떠나야 했다고
그대를 가슴에 품고 떠났다고 대답하리라
세월은 농담처럼 흘러가드라
풍파는 파도처럼 밀려오더라
무엇도 가질 수 없기에
무엇도 원하지 않았고
무엇도 원하지 않으므로
무엇도 버리지 않게 되더라
오늘도 바보처럼 허허롭게 웃으며
오른손으로 왼손을 왼손으로 오른손을 쓰다듬는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