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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농담처럼 흘러가드라

 

 

세월은 농담처럼 흘러가드라

 

                                                                  허정 

언제부터

어떤 힘이 그대를 밀어 왔냐고

고난을 당해서 빠져 나올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대의 웃음이었다고 대답하리라

바보 같은 그 미소였다고

바람소리 같은 그대의 싱거운 농담이었다고

그저 무심한 눈빛이었다고 대답하리라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는 세상

어느 마을에나 개는 짓고

눈은 나리더라

꽃은 피고지더라

 

길 떠난 그날 새벽

어디를 향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대에게 돌아가기 위해

그대를 떠났다고 대답하리라

때로는 가까이에 있기만 해서는 사랑할 수 없으므로

사랑이 보이지 않음으므로

눈물을 흘리며 떠나야 했다고

그대를 가슴에 품고 떠났다고 대답하리라

 

세월은 농담처럼 흘러가드라

풍파는 파도처럼 밀려오더라

무엇도 가질 수 없기에

무엇도 원하지 않았고

무엇도 원하지 않으므로

무엇도 버리지 않게 되더라

오늘도 바보처럼 허허롭게 웃으며

오른손으로 왼손을 왼손으로 오른손을 쓰다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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