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월화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극본을 쓰신 노희경 작가님을 이화여대에서 만났습니다.
최근 노희경 작가님은 굶주리는 제3세계 어린이들과 북한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자선행사에서 많은 봉사활동을 해오고 계셨는데요. 오늘 만남의 자리 역시 제3세계 빈곤퇴치 캠페인을 하고 있는 <이화여대 작은짜이집> 동아리에서 초청하여 진행이 되었습니다. 역시나 강연장 입구에서는 빈곤퇴치를 위한 모금행사가 함께 열리고 있었습니다.
강의 주제는 “사랑, 뭐가 어려워?”란 주제였는데, 사랑과 연애에 대한 질문들에 대한 노작가님의 리얼하고 구체적인 생짜 대답들이 강의실을 후끈하게 달아올렸습니다. 시간 부족으로 미처 답변하지 못한 질문지들도 수십장 되었고요.
요즘 <그들이 사는 세상> 드라마를 워낙 재미있게 보고 있던 터라, 노작가님과의 만남이 더욱 기대가 되었습니다. 작가님과 대학생들이 함께 나눈 대화내용을 재미있게 취재해 보았습니다.
Q. 노희경 작가님의 이상형은? 앞으로 사랑을 한다면 어떤 사랑을 하고 싶은지?
어렸을 때는 이상형이 있었는데, 이제는 어떤 놈이 와도 맞출 수가 있어요.(웃음^^)
어떤 사람과 만나도 즐겁고 싶어요. 힘들게 사랑하는 것도 젊을 때 일이지, 힘이 드니까 이제는 못하겠어요^^. 서로 삐지고, 괴롭고, 이런 게 이제는 귀찮아요.^^
Q. 언제 가장 행복하세요?
행복할 때가 굉장히 많아요. 작은 것에 너무 행복할 때가 많아요. 오늘도 <그사세> 시청률이 안떨어진게 너무 행복한 거예요. (웃음^^) 표감독님과 드라마 시청 후 모니터링을 꼭 하는데, 어제 통화 하면서 서로 그랬어요. “시청률 5%만 지키자”고 (하하하^^)... 그런데 어제 6%가 넘은 거예요. 농담으로 “딴 사람들이 우리를 보면 약간 비정상이라고 그러겠다”고 그랬어요.
처음부터 시청률 낮은데서 출발하니까 참 좋아요. 소박해질 대로 소박해졌으니까요(웃음^^). 현상을 유지하려는 것도 사실 욕심이예요. 나이는 들어가는데 20살 때의 피부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과 똑같죠. 오늘도 시청률이 많이 떨어지지 않은 것에 너무나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오늘 여러분들이 이렇게 많이 와주신 것도 너무 행복하고요.
Q. 정말 좋아하는 남자가 있는데 제가 굉장히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 사람은 점점 더 멀어져 가는 것 같아요. 안부담스럽게 다가가는 방법, 어떻게 하면 그 사람과 잘 될 수 있을까요?
발란스를 조절하는 게 사실 힘듭니다. 달려들면 상대가 부담스럽게 되고요. 저도 연예 드라마를 쓰다보면, 어느 정도까지 수위를 조절해야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거든요.
제 생각에는 남녀관계가 너무 적극적인 것 같아서 멀어지는 것 같진 않아요. 그것 보다는 “내가 이만큼 좋아하니까 너도 이만큼 나를 좋아해야 돼...” 라는 생각이 오히려 자신을 더 힘들게 하는 것 같아요.
저도 주위에서 저를 좋아한다며 달려드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무서워요. 왜냐하면, 좋아하는 그만큼 저에게 더 큰 것을 요구하거든요. 사랑할 때도 똑같아요. 준 것이 있으면 받으려고 하죠. 잘 해준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으로 인해 더 큰 것을 상대에게 요구하는 것이 문제예요. 내가 너에게 전화 한번 해줬으니까, 너도 나에게 전화 한번 해. 이런 식으로 바라는 마음이 있으니까 관계가 자꾸 복잡해지는 것 같아요. 바래는 마음만 없으면 참 좋아요.
저도 저에게 잘해주고도 안바랬던 애인은 지금도 그리워요. 남자친구에게 안부담스럽게 하는 방법은 “내가 이걸 해주고도 안바랠 수 있는가” 자신에게 물어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잘해주는 방법도 중요해요. 자기가 좋아하는 방식대로 해주면 안되요. 상대가 원하고 필요한 것을 해줘야 합니다. 대부분이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게 아니라, 자기가 해주고 싶은 데로 해줘놓고, 나중에 잘해줬다고 생색을 내거든요. 그가 싫다고 하면 멈추는 것이 필요해요.
드라마 대사 중에 제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뭐냐면요. 상대가 싫다고 하는데도, 자꾸 옆에 와서 “니 옆에만 있게 해줘. 니가 원하는 것은 다 해줄게”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예요. 상대가 원하는 것은 “그냥 가라!”는 건데, 가지는 않고 옆에서 진상을 떤다 말이죠. (웃음^^)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 사랑입니다.
Q. 작품을 쓰실 때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지?
첫 번째,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가장 소중해요. 두 번째, 작가로써 새로운 글을 쓰려고 항상 노력하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그사세>가 시청률이 안나와도 웃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제 나름데로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최선을 다했던 작품이었으니까요.
Q. 사랑하기 때문에 저와 헤어졌으면 한다고 설득하는 친구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고? 어떤 놈이 그래요? 사기꾼 같은 놈들...^^(웃음) 예수님이나 부처님, 소크라테스 정도가 되면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질 수 있어요. 대부분은 안그래요. 싫어서 헤어지는 거예요.
말을 잘 알아들어야 해요. 그 때는 ‘아.. 내가 싫구나’ 이렇게 딱 알아듣고 가볍게 헤어져야 해요. 그 말을 그냥 믿는 척하고 헤어지면 쿨하게 헤어지는 거고, 이 말을 따지기 시작하면 추하게 헤어지는 거예요. 결국 그 사람 입에서 “그래, 너 싫어!”라는 이야기를 직접 들어야 속이 편하시겠어요?
드라마에 정말 이런 대사들이 나오지 말아야 해요.(웃음^^) 저는 드라마 작가들이 더 문제인 것 같아요^^(웃음)
Q. 저는 드라마 작가가 꿈입니다. 작가에게 있어서 인물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나요? 작가를 하고 싶은 사람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요?
2가지는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저도 다 갖추진 못했구요. 노력하는 중이예요.
첫번째, 인간에 대한 이해심입니다. 인간에 대한 이해심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아무리 나쁜 인물이더라도 그렇게 형성된 배경과 이유가 있거든요. 우리나라 드라마에 극단적인 인물들이 자꾸 나오는 이유가, 작가가 그 인물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이예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드라마는 외국에 비해 많이 뒤쳐져 있어요. “이 사람은 왜 이렇게 되었는데?” “이 사람과 이 사람은 무슨 관계인데?” 이렇게 끊임없이 스스로 질문해야 해요. 그러다 보면 인물이 이해가 되고, 그 인물을 사랑하게 되요.
내가 아는 것을 쓰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함께 극복해 나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번 <그사세> 드라마를 통해서는 건강한 사랑, 즐겁게 하는 사랑에 대해 이해하고 극복하는 과정이 있었어요. 작품하면서 나도 같이 성장하는 느낌이예요.
작품과 내 삶이 따로 가는 경우는 없는 것 같아요. 항상 작품과 내 삶이 함께 가요.
두 번째, 조율의 힘이 필요해요. 드라마는 소설가처럼 혼자서 책 한권 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감독의 이야기도 듣고, 배우의 이야기도 듣고, 스탭의 이야기도 들어야 하거든요. 남의 말을 듣고 끊임없이 조율해 가는 것이 중요한 것 깉아요.
오늘도 제작팀에서 요청을 해서 씬을 하나 고치고 왔어요. 밤에 말을 타고 달리는 씬인데, 한 컷 촬영에 돈이 1000만원이 드는 거예요. 그 한 컷이 과연 1000만원의 효과가 있는가 고민해봤을 때 그만한 효과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새로 고쳐주었죠. 어떤 사람은 “작가가 너무 중심이 없는 것 아닌가?”하고 물어서, 제가 그랬어요. “그럼, 돈 1000만원 쓰는 게 작가의 중심성인가?” 이렇게 서로 의견을 내어놓고 조율하는 힘이 중요한 것 같아요.
* 강연회에 스페셜 게스트로 오신 탤런트 김여진씨 (현재 "그들이 사는 세상" 에 출연중이십니다)
Q. 노희경 작가님은 얼마전 모든 출연료를 빈곤퇴치에 기부하는 <기부 드라마>도 쓰시고, 제3세계 어린이 빈곤퇴치 활동도 열심히 하고 계신데요. 이런 봉사활동이 작가님의 인생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하시는지요?
단테의 신곡에 “우리가 어떤 이유로 헤어진다고 말하는가? 우리가 헤어지는 이유는 상대의 비열함을 봤기 때문이다” 라는 구절이 나와요. 이 구절을 보고 마음이 쿵 했어요. 저도 그동안 사랑하고 헤어지면서, 상대에게 그런 비열함을 늘 보여주었구나 반성하게 되었어요. 작가로써 그동안 살아온 과정을 쭈욱 돌아보면서, 내가 주위 사람들을 절대 속일 수가 없구나 알게 되었어요.
지금은 내가 한 말을 100분의 1이라도 몸으로 해보자. 특히 우리 조카들에게 떳떳해지자. 조카들을 착하게 키우고 싶었거든요. 그 전에는 인터뷰를 하면 항상 진땀이 났어요. 내 형제들이 보면 뭐라고 할까 싶고. 지나가는 옛날 애인이 보면 어떻하지 싶었구요. 왜냐하면 내 말하고 행동이 다르니까. 그래서 시작했어요. 안되더라도 될 때까지 해보자. 봉사를 하다보니까 넘 재미있어요.
애인이 있는 사람들일수록 더 이런 봉사를 많이 하세요. 서로에게 비열함이 아닌 존경거리를 주어야 해요. 제가 길거리에 모금활동을 나가면 어떤 연인은 아이들 돕는 돈 1000원을 안주려는 모습을 서로에게 보이거든요. 이렇게 되면 서로 존경이 안되요. 비열함을 서로에게 보여주게 되잖아요. 그래서 두 연인을 위해서라도 저는 끝까지 따라가서 1000원을 모금 받아요.
빈곤퇴치를 하는 작은짜이집 활동 이야기를 듣고 참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들어서 오늘 강연을 왔어요. 앞으로도 열심히 이런 활동을 해주셨으면 해요.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이런 봉사에 동참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각자가 다 힘든 상황 속에 있으니까요. 그 마음도 이해가 가고요.
각박하다고 욕하던 세상을 내가 더 각박하게 만들고 있진 않는가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얼마전 조카가 “고모는 사회의 악을 어떻게 단죄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어요. 그래서 “나는 내가 어떻게 살고 있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싶다.”고 대답해줬어요.
많은 사람들이 각박하고 힘들고 외롭다고 이야기하는데, “세상이 원래 그렇게 존재하는 게 아니라 내가 그렇게 살고 있진 않은가”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내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습니다. 사랑도 내가 아름답게 할 수 있습니다. 돌아가시면서 이런 생각을 꼭 한번 해보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사는 세상> 꼭 닥본사 하세요.^^
사랑에 대해, 삶에 대해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감동의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늘 사랑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상대에 대한 집착으로 서로를 힘들게 하는 경우가 더 많잖아요. 사랑과 집착을 좀 구분해야겠다는 생각을 크게 하게 되었습니다. 또 각박한 세상을 탓하고 있을 게 아니라 내가 먼저 아름다운 세상 만들어보자고 다짐하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노작가님 말씀처럼 각박한 세상을 나부터 아름답게 만들어 가고 싶다구요?
강의가 끝나고 각박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좋은 행사가 소개되었습니다. 노희경 작가님은 “드라마처럼 인생을 살고 싶다”는 자신의 철학을 국제구호단체 JTS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만들어가고 있는데요. 오늘 강의를 주최한 작은짜이집 역시 모금액을 JTS 라는 구호단체를 통해 제3세계 어린이들에게 영양식으로 보내고 있답니다.
작은짜이집은 매주 점심시간에 전국 15개 학교에서 인도차 짜이를 판매한 모금 수익을 인도의 불가촉천민마을 아이들에게 비타민 가득한 오렌지와 영양식으로 전달하는 빈곤퇴치 캠페인입니다.
이번 학기 15개 학교에서 모금한 돈 1000만원 상당을 인도의 어린이들에게 전달하러 “인도봉사활동, 선재수련”을 떠납니다. <그사세>에 출연하고 계신 탤런트 김여진씨도 함께 간다고 하네요. 탤런트 김여진씨와 함께 삽을 들고, 벽돌을 쌓고 그런 기회도 주어질 것 같네요. 각박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가시고 싶은 분들의 많은 신청을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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